The Spotless Mind

잊을 때는 어떻게 해야되나요? 본문

NOTE

잊을 때는 어떻게 해야되나요?

아리스노바 2006. 7. 27. 00:13

자꾸 떠올라 미치겠어요.
누워 있으면 천장에 아른아른.. 헤어질 때도 이렇지 않았는데 말이죠.
어렴풋이 잠결에 뒤척이다가도 생각이 나고
잊고 싶어서 신나는 댄스 음악 속에서도 그녀가 생각나요.

헤어질 때도 이렇게 힘들지 않았는데, 그냥 철없이 못해준 것만 생각이 나네요.
자꾸 이상한 상상만 하게되고..
가슴 아프게 했던 일도..

첫만남을 아직도 잊지 못하는 걸 보면..
친구와의 식사에 같이 나온 그녀를 보았을 때. 신발을 벗고 음식점 방으로 들어오는 모습이.. 어찌나 예쁘던지
그때 보리밥을 먹으려고 나온 거였는데 친구들 앞에서 거리낌 없이 발사하던 생리현상도 그녀 앞에선 멈췄는데..

그뒤로 귀찮을 정도로 그 친구를 보자고 했어요. 꼭 그녀와 같이 나오라구... 방정 떨었던 기억도 나네요.
그냥 힐끔힐끔 그녀를 바라보는 게 너무 즐거웠거든요. 서울까지 가는 길에 비가와도 날이 우중충해도 버스 속에선 지하철 속에선 미소가 가시질 않았는데..

제가 좋아서 고백했죠. 여자 앞에서 고백하는 건 처음이었는데 그냥 "좋아한다고" 말하고 싶었어요. 다음에 보기 껄끄러워질지 몰라도 친구로 밖에 지낼지 몰라도 그녀가 좋아서 죽겠는데 그걸 참고 있으려니 가슴이 터질 거 같았거든요. 그날 날씨는 또 비가 왔던 걸로 기억해요. 학교 점심시간에 친구들에게 응원해달라고 처음 말했죠. 정말.. 떨리기도 떨렸지만...

그렇게 고백해놓고 헤어지자고 말했던 저였죠. 헤어지자고 말하는 게 그렇게 가슴 아픈 것인지 그제야 알았어요.
남들 앞에선 잘 내색하는 편이 아니라 그렇게 그냥 시간이 해결해 주었죠.

그렇게 그녀를 추억 속에 묻어둘 무렵. 소주 몇 잔 걸치고 기분 좋게 집으로 돌아오는 버스 속에서 전화 한 통을 받았죠.
참.. 어이가 없었어요.
'하늘도.. 무심하시지, 세상에'
라는 말을 이런 때 쓰는거겠죠?
그렇게 예쁜 아이를.. 왜.
왜.

그렇게 멍하게 전화통화를 끊고 이어폰 속에선 알 수 없는 음악 속에서 시간이 지났어요.
정신이 좀 들어보니 어어폰 속에선 귀가 따가울 정도로 큰소리로 킨이 노래를 하는데.. 제가 흘린 눈물 중에서도 가장 뜨거웠던 거 같네요. 궁상맞게 버스에서 눈시울이 붉어져서는 벨 누르고 내렸죠.


아아! 지금 뭐하는건지..... 잊자고 잊자고 하면서 하나하나 적고 앉아있네요. (에휴..)
후..  왜 자꾸 비가오는건지.. 그냥 내일 전시회나 다녀오려고요. 요즘 너무 집에 있는 것 같고 방학 전에 전시회란 전시회는 다 보기로 약속 했으니, 다녀오려고요.

혹시 들릴지 모르니 검은색 정장을 빌려 입고 가야할 것만 같아요. 가면.. 주체 못할 거 같은데...

잊을때 뭐가 가장 좋을까요? 시간..이라는 답 말고 현실적으로 태워버릴 수 있는 게 필요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