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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Spotless Mind
남자들에게 있어서는, 냉대받는 수치스러움, 거절에 대한 두려움, 벗을 몸의 빈약함, 성기의 외관상의 무례함, 그 상태에 대한 불안, 무기력에 대한 공포, 욕망을 충족시키지 못할까봐 생기는 근심, 그들이 느끼는 이런 것들이 사랑의 본질을 이룬다. 어떤 여자들은 이런 수치감을 사랑하고, 이런 두려움을 사라지게 하며, 이 나체에 감동하고, 이 공포에 동참하고, 남자들을 당황하게 만드는 동시에 그들을 지나친 성급함, 치근대기, 때로는 난폭함으로부터 미리 보호하는 이런 근심의 여왕 같은 존재가 된다. 여자들은 눈을 감는다. 그리고 흔적을 남기지 않는 공모, 생물학적이지도 혈통적이지도 않은 최초의 눈을 감아주기 (내가 사랑이라고 부르는 것)에 접근한다. p.324 , 파스칼 키냐르
잘 생각해보세요. 내가 듣기 좋은 말만 하거나 당신에 대해 어떤 반대도 하지 않았다면 난 당신을 정말로 좋아하는 것은 아니에요. 친하다고 생각하지 않는 거죠. 솔직하다는 말을 많이 듣는 편이지만 정확히 말하면 난 나에 대해서만 솔직해요. 잘 생각해보세요. 우리가 싸운적이 있거나 내가 한 말 때문에 당신이 열 받은 적이 있었는지. 그런 적이 있다면 우린 친구예요. 좋아해서 그런겁니다. 51p. 이석원
사람에 대한 기대치가 낮고 삶에 대한 전망이 어두우면 웬만큼 나쁜일이 닥쳐도 절망하지 않습니다. 왜내하면 사람이란 온히 기댈 수 있는 대상이 아니고, 삶이란 결코 장미와 와인의 나날일 수는 없는 것이라고 평소여 여기고 있기 때문이지요. (중략...) 비관주의자가 꼭 불행한 삶을 사는 것은 아닐지도 모릅니다. 불행을 당연한 것으로 여기는 비관적 전망은 기대하지 않았던 행복이 찾아올 때 좀더 감사하는 마음을 갖게 해주는 것인지도 모르구요. 그러니까, 당신이 비관적인 성향을 가졌다고 해서 불행으로 가득찬 삶을 살아야 하는 것은 결코 아닙니다. 기대가 적다면, 오히려 하루하루의 작은 행복들은 더더욱 생생하게 체험될 수도 있으니까요. 이동진
업적이라는 것은 인생 전체에 걸쳐저 있는 거시적 기준의 결과물이라면, 행복이라는 것은 그날 그날의 일상을 대하는 미시적 감정과 감각에 가깝기 때문이죠. 인생 전체에 대해 돌아보면서 만족해 하는 사람의 행복감이라는 것 역시 따지고 보면 돌아보는 그 순간의 행복일 뿐입니다. 업적이라는 것은 새로운 것을 집요하게 시도할때 가능성이 더 커지게 마련인데 일상이라는 것은 새로운 게 아니라 늘 해오던 익숙한 일들을 반복하는 일이 잖아요. 하루 하루의 삶에서 행복을 발견할 줄 아는 능력과 특별한 성과를 위해서 전력질주 할수 있는 능력은 서로 이율배반적이라고 할까요. 거대한 명성으로 삶이 타의에 의해서 격렬하게 휘둘리는 상황속에서 인간은 행복을 만끽하기 어렵습니다. 말하자면 백만명의 사랑을 누리는 사람이 한명의 사랑을 ..
물론, 그들도 다른 사람과 마찬가지로 무엇인가 온전히 자신을 바치고 싶었을 것이다. 흔히 사람들이 천직이라 부르는 내부의 강력한 이끌림을 느끼며, 그들을 뒤흔들 야망, 충만케 해줄 열정을 느끼며 자신을 쏟아붇고 싶었을 것이다. 하지만 어쩌란 말인가, 그들은 단 하나만을 알았다. 더 잘살고 싶다, 이 욕망이 그들을 소진했다. 조르주 페렉 中
흥쾌히 친구수락을 받아주셔서, 종종 소식을 듣는데 요즘, 내 상황을 '어쩌면' 더 좋은 방법으로 지내는 방법인 것 같아서 적어둔다. 신명섭 그냥 이럴땐 조용히 자중하며 스쳐가길 바란다. 무언가의 흔적들로 긁어 부스럼 만들고 주변사람들에게 걱정을 더 줄 필요도 없고. 무언가 확대된 상상들로 문제를 만들필요는 없다고 본다. 그것이 그사람에게 내가 배운것이다. 약속이었으며 실천해 나갈려고 한다.
침묵은 어느 쪽으로도 빠져나갈 도리가 없는 고발장이었다. 매력적이지 않은 사람과 함께 있을 때 침묵하면 그것은 상대가 따분한 사람이라는 뜻이 되고, 매력적인 사람과 함께 있을 때 침묵하면 구제불능일 정도로 따분한 사람은 바로 나 자신임이 분명해지기 때문이었다. -알랭 드 보통의 동물원에 가기-
이해 못할 말들이 날 바보로 만들기에 난 대꾸할 수가 없어. 서로를 속이는 의미없는 게임은 우릴 지치게 할 뿐이야. 침몰하는 이 배를 붙잡아줘, 우린 아직 늦지 않았어.
언제쯤이면 늘 마음 속으로 생각하고 있는 별이 빛나는 하늘을 그릴 수 있을까? 멋진 친구 시프리앙이 말한 대로, 가장 아름다운 그림은 침대에 누워서 파이프 담배를 입에 물고서는 꿈꾸는, 그러나 결코 그리지 않은 그림인지도 모르지. 압도될 것 같은 자연의 아름다움과 표현할 수 없을 것 같은 완벽함 앞에서 아무리 큰 무력감을 느끼더라도 우선 시작은 해야겠지. 1888년 6월 18일 _ 고흐의 편지 中 오랜만의 밑줄긋기... 군대에서 꿈꾸는 이상? 환상들과 같은 느낌을 받은... 밖-전역-에 나가야지만 가능 할 것 같은... 그래도 우선 시작은 해야겠지.
원래 산속에서는 산이 보이지 않는 법이다. 나는 지금 가장 험준한 산속에 들어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산을 넘어서 평지에 다다르지 않으면 이 산에 대해서 아무것도 말할 수 없을 것 같았다. 무엇이든 바라보면서 말해야 하는 것이다. 전쟁이 끝난 귀에야 전쟁에 대해서 말할 수가 있는 것이다. 전쟁 중에서는 우선 전쟁을 하든 피난을 하든 붓을 잡을 겨를이 없는 것이다. 이외수 군대가기 전에 어떤 이유 없이 이외수를 택했다. 읽고 싶었던 책이 많았는데 구입한 당일의 에피소드와 책의 내용과도 비슷하고... 지금 내 모습을 형언하자면 밑줄그은 이 부분이 아닐까한다. 그냥 지금의 상황이 이렇다고 생각하고 싶다.
그리움이란 얼마나 깊은 뜻을 가진 단어인지, 생각해 볼수록 놀랍습니다. 때로 시린 가슴이 미어지도록 그리운 사람이 있어, 어느 깊은 밤 꿈속에 그를 본 그 기쁨과 설레임에 젖어 제발 잠에서 깨지 않기를 바래고 바랬던 그 느낌을 아직도 기억하시는지요. 그 낡은 사진 한장과, 그리고 그 안에 담긴 수많은 기억들이 하루하루 지나가는 일상들 속에서 점점 더 잊혀져 희미해지고, 문득 이젠 내가 더 이상 그를 생각하지 않고 살아간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던 날의 작은 현기증을 나는 아직 잊을 수 없습니다. 한때 도저히 그 그리운 모습을 머리에서 떨쳐버릴 수 없어 힘들어 하였던 것을, 그후로 몇 년이 지나서는 행여 그의 기억이 잊혀지면 어쩌나 걱정을 했더랬습니다. 그리고 어제 문득 오래된 사전을 뒤적이다 우연히 발견한 ..
용기를 내서 생각하는 대로 살지 않으면, 머지 않아 사는 대로 생각하게 된다. - 폴 발레리 스쳐 지나간 글귀 다시 읽으니 백수생활의 나를 보는 것같다. 한시도 편할 날이 없으면서 몸은 무척이나 편한... 인간답지 않은 생활같다. 사는 대로 생각하게 된다... 내가 그런 것 같다. 잠들기전 노트에 끄적이며 다음날 할 일들을 적곤하지만, 아침에 일어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 변기통의 휴지 조각 보다 쉽게 버려진지 오래. 버렸는지 조차 잊고 있다. 머리 속은 오로지 몸이 움직이는대로 눈 앞에 있는 것 부터... 계획과 생각은 눈 녹듯 흔적 조차 찾을 수 없는 요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