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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곤소곤

저는 행복한 놈이겠죠?

아리스노바 2006. 8. 15. 23:45
해가 뉘엿뉘엿 질 때 친구가 보자고 해서 나갔다 왔어요.
역시 언제봐도 즐거운 녀석들입니다. 웬일인지 던킨도너츠에 시커먼 선머슴아들이 모여서 수다 떨다가 버스 타고 돌아오면서도 씨익~ 미소 짓게 하는 친구들이죠.

버스 타고 오면서 버스나 택시에 광복절이라고 작지만 태극기를 펄럭이며 달리더군요. 예전에 비하면 태극기다는 집도 줄긴 했지만 그냥 으쓱했어요.

집에 다다를 때 즈음 문득 그림이 그리고 싶었어요. 그림이라…. 제 인생에 빼놓을 수 없는 단어이죠. 그림을 그렇게 좋아해서 유치원부터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죠. 유치원도 미술을 가르치고…. 남들은 태권도다 피아노, 속셈학원 다닐 때 전 미술학원 다녔어요. 수준 있게 가르치는 입시 미술 같은 걸 가르치는 것은 아니었고요. 그냥 와서 그림 그리고 가는 그런 학원이었죠. 그렇게 몇 년을 그리다가 중학교 올라갈 때 되니 그림이 지겹더군요. 수채화도, 소묘도…. 예쁜 여선생님 앞에서 아픈척하며 빠지기도 했지요. 지금에 와서 생각하면 참 어리석은 짓이죠. 그때 포기한 걸 후회하고 있으니^^;; 그래도 그림을 포기하고 놀면서 얻은 것도 있지요. 그림을 그렸다면 지금 나는 어떤 사람일지 궁금하네요.

중학교에서 고등학교에 올라오면서 애니메이터를 꿈꿨죠. 하지만, 형편없는 그림실력, 그간 썩혀두었던 손도 그렇고…. 결국에는 포기했습니다. 디자이너 아니 궁극적인 목표는 저 하고싶은 거 하면서 사는 거죠. 그러고 보면 저도 미련이 많은 것인지 욕심이 많은 것인지 건축도 하고싶고 그림도 그리고 싶고 디자인도…. ^^;;
전부~ 노력 안 해서 이렇게 된 거죠. 이렇게 후회하고 또 후회하면서 신이 주신 선물 '망각'을 이용해 잊고 또 후회하겠죠? 그냥, 집으로 돌아오는 길을 슥샥- 스케치하고 싶던 밤입니다.

영화, 옥토버 스카이(October Sky) 나 빌리 엘리엇(Billy Elliot) 을 보면서 부러운 게 많았어요. 요전에 은빛늑대 님 블로그에서도 느꼈지만 영화의 주인공들을 보면 주위에 그들을 알아보고 물심양면으로 도와주는 조언자가 있죠. 그 조언자가 부러웠어요. "부모님이 있지 않느냐" 하시겠지만 저희 부모님 교육 스타일도 그렇고 전 다르다고 생각해요. 그러고 보면 정말 은빛늑대 님 말씀처럼 '운 좋은 놈'이 최고인 것 같아요. 저는 운도 없고, 배경도 없고, 돈도 없으니 죽으라고 뛰어야죠. 하하

그래도 전 행복한 놈이라고 생각해요. 사지 멀쩡하고 ^^;; 잊지 못할 선생님도 한 분 계시고 좋은 친구 녀석들도 있고요. 그리고 가장 행복한 건 희망을 품을 수 있다는 거? 요즘은 희망을 먹으면서 사는 거 같아요. 며칠 전에 친구와 술을 마시면서 난 졸업하면 뭐하고 살 꺼야! 차는 ㅇㅇㅇ을 끌 거구, 아담한 집에서….
그렇게 주거니 받거니 하면서 전 벌써 제가 살 집과 사무실도 다 그려놨어요. (킥킥)

몇 살이나 먹었다고 인생 운운하긴 그렇지만 매일 행복하게 어떻게 살겠어요. 쓴맛도 봐야 더 달지요? 이렇게 블로그에 들러주셔서 이야기도 하고 아침에 일어나면 컴퓨터 켜고 씻고 온 다음 음악 틀어놓고 댓글 확인하는 게 낙이에요. 며칠 전에 댓글로 제 블로그를 구독해주신다고 했을 때 어찌나 기쁘던지 ^^;; 부끄럽기도 한 블로그이지만 힘이 불끈불끈 솟는게 얼마나 행복했는지 몰라요.

어휴- 오늘 있던 기분들을 이렇게 적는 것도 좋네요. 재미는 없지만…. 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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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Comments
  • 프로필사진 BlogIcon aki-yoon 2006.08.16 06:13 이 포스팅 된 글. 맘에 들어요..따뜻하고 뿌듯하게 기분좋은 느낌의 글이랄까요?
    예전에 동거인과 햇빛비치는 오후 집에있는 싸구려 와인을 마시며 깔깔대며 도란도란 얘기나눌때의 기분이랄까요... 아리스노바님은 따땃....포근한 성격의 소유자이실것 같아요.^_^
  • 프로필사진 BlogIcon 아리스노바 2006.08.16 12:50 하하, 이렇게 신변잡기는 또 처음인데 좋게 봐주시는군요 :)
    따닷하다... 잘 모르겠네요 ^^
    저는 참~ 한녀석이라 믿고 있습니다. 친구들에게 "나 착하지?" 하면 쌍자음 언어들이 나와서 원... ^^
  • 프로필사진 BlogIcon 박주호 2006.08.16 09:40 ㅋㅋ 행복하구나 요즘^^?
  • 프로필사진 BlogIcon 아리스노바 2006.08.16 12:49 네 덕분이지
  • 프로필사진 BlogIcon 박주호 2006.08.17 07:02 야질~ 게이~ ^^ 오늘 용산가자 곳 연락하마
  • 프로필사진 BlogIcon 아리스노바 2006.08.17 11:49 게이 -_ -.. 취소됐잔아 임마
  • 프로필사진 BlogIcon 571BO 2006.08.16 12:39 저는 요즘 행복하지가 않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참 부럽군요. ^^) 아리스노바님이 제 블로그에 놀러오셔서 댓글 남겨주신 걸 봤지만서도, 그래도 분은 삭히지가 않습니다. 그것 때문에도 그렇고, 집에 가고 싶은데 못가서 매일 머릿속으로 사택곡(思宅曲)을 부르고 해서요... ㅎㅎㅎ;;;

    만약의 일이지만, 나중에 아리스노바님이랑 잘 아는 사이가 되어서 같이 술을 마시게 되면 어떤 얘기를 할 수 있을지 궁금해지네요. ^^

    P.S : 아침에 아리스노바님의 이 글에 댓글을 남기려고 글을 쭉 쓰고 있었는데, 어떤 녀석이 와서는 '공부 안 하고 뭐하냐' 라고 물었습니다. 거기까지는 참고 넘어갈 수 있었는데, 마우스를 잡고 끄려고 하길래 '지금 뭐하냐' 그랬습니다. 끄려고 마우스를 거세게 흔들길래 뺨을 한대 쳤습니다. (살짝이지요. Snap 정도. 아주 Swing을 한건 아니니까요. 소리는 잘 나더군요. '짝' 하는 소리 말이죠...) 그러고 아주 꺼버리길래 뒤돌아 가는 녀석의 어깨를 냅다 후려쳤습니다. 아침에 글 하나 남기려다가 그 놈 기분 썩고, 저도 기분 아주 썩었습니다. 죽겠습니다. OTL
  • 프로필사진 BlogIcon 아리스노바 2006.08.16 12:48 안타깝네요. 집이 그리울 때가 많죠. 저도 어리석게 대학생활 하며 자취를 꿈꾸곤 했지만…. 571BO 님도 대학생활로 기숙사에 계신건가요? 제 친구중에도 한 녀석이 기숙사 생활을 하는데 그냥 안쓰러워요.

    뭐 도란도란앉아서 블로그이야기도 하고, 나쁜사람 뒷다마도 까고 그러겠죠 ^^?

    ps. 그렇게 쳐도 그걸 장난으로 받아서 더욱 미치광이 처럼 날 뛰는 녀석들이 있죠. 난감합니다.

    저도 웃다가 그 좋다는 집에만 들어오면 우울해져요. 그나마 블로그하면서 신경을 이쪽으로 쏟다보니 좀 편한데…. 철이든건지, 싸가지가 없어진건지 모르겠지만 그냥 좋은 것만 생각하고 살기로 했어요. 그게 내게도 좋은거고요.

    경험이 없어서 많은 이야기를 못해드리네요. ^^;
    좋은 하루 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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