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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反미학’의 디자인 수도 서울 본문

DESIGN Factory/디자인 자료

[시론]‘反미학’의 디자인 수도 서울

아리스노바 2010.01.04 23:17
기사를 읽다가 좋은 글이 있어 공개설정으로 가져옵니다. 글의 저작권은 경향 신문에 있음을 알립니다.
출처 :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0912251805285&code=990303

손호철 | 서강대 교수·정치학

‘세계 디자인 수도-서울’. 최근 서울 곳곳에 나타난 구호들이다. 용산 학살이 보여주듯이 ‘세계 학살 수도’라면 모를까, 서울이 세계 디자인 수도라? 이해가 되지 않는 구호다. 그래서 인터넷으로 검색해 봤다. 세계 디자인 수도는 도시를 발전시키는 과정에서 디자인의 역할을 알리기 위하여 세계 도시들을 대상으로 2년마다 국제 경쟁을 통해 선정하는 바, 2007년 서울시가 선정됐다고 한다. 서울시장 선거가 있는 내년이 그 해로 지난 18일부터 한 달간 ‘세계디자인 수도 서울 이야기’라는 행사를 서울광장을 중심으로 시행한다. 내년에도 프로그램이 이어지게 되어 있다. 기가 막힌 것은 서울시의 세계 디자인 수도 공식 홈페이지였다. 어이가 없어 다소 길지만 인용해 보고자 한다.

“디자인의 궁극적인 가치는 인간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고, 소통하여 막힘없이 조화로운 세상을 만드는 것에 있습니다. 모든 사람들이 쉽고 편하게 그리고 행복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유니버설 디자인은 사회 평등과 인간가치의 실현을 추구하고자 하는 철학을 담고 있습니다.” 여기까지는 맞는 이야기다. “세계 디자인 수도 서울 2010은 4U를 기반으로 해서 ‘모든 사람을 위한 디자인’으로 시민과 함께 시민이 행복한 서울을 만들어 나가고자 합니다. Universal-사람 중심의 살기 편하고 지속 가능한 도시, Ubiquitous-언제 어디서나 막힘없이 소통하는 도시, Unique-서울만의 개성으로 서울다움을 구현하는 차별화된 도시, by U 디자인-시민 모두가 주도적으로 만들어나가는 창의 도시.”

오세훈 시장의 서울이 ‘사람 중심의 살기 편하고 지속 가능한’, ‘언제 어디서나 막힘없이 소통하는’, ‘서울만의 개성으로 서울다움을 구현하는 차별화된’ 세계 디자인 수도, ‘시민 모두가 주도적으로 만들어나가는 창의 도시’란 말인가? 소도 웃을 이야기다. 영세 세입자들을 거리로 내몰고 그것도 모자라 무참하게 학살해 놓고도 무시로 일관해 장례조차 지내지 못하게 하는 것이 ‘사람 중심의 살기 편하고 지속 가능한 세계 디자인 수도’인가? 광화문에 광장이 아니라 자유로운 집회나 행사를 금지시키기 위해 화사한 꽃으로 위장한 새로운 ‘명박산성’을 지어 놓고도 서울이 ‘언제 어디서나 막힘없이 소통하는 세계 디자인 수도’란 말인가? 이촌동 강변에는 최근 재건축한 멀쩡한 아파트들을 한강 재개발이라며 강제 철거를 계획 중이라 “군사독재보다 더 심한 오세훈은 자폭하라” 등의 구호들이 걸려 있다. 이처럼 주민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멀쩡한 삶의 터전들을 때려부숴 강제 재개발하는 것이 ‘시민 모두가 주도적으로 만들어나가는 창의 도시’란 말인가?

아 니 오세훈의 서울이 세계 디자인 수도라면 수도다. 어떻게 하면 미적으로 영세민들을 학살하는가의 시범을 보여주는 ‘세계 학살디자인 수도’, 어떻게 하면 평범한 중산층 시민들의 삶의 터전을 우아하게 파괴해 자본에 봉사할 것인가를 보여주는 ‘세계 파괴디자인 수도’다. 즉 오 시장이 의미하는 ‘서울만의 개성으로 서울다움을 구현하는 차별성’이란 ‘영세민 학살과 삶의 터전 파괴의 미학’이라는 ‘반(反) 미학’이다. 오 시장의 이 같은 ‘학살과 파괴의 디자인 미학’에 얼마나 놀랐으면 헌 집들을 손봐 주민들이 다시 쓸 수 있도록 도와주는 대전시의 ‘올드타운’(오 시장의 뉴타운에 대비되는) 프로그램인 무지개 프로그램을 배우기 위해 전국 지방자치단체들의 방문이 이어지고 있겠는가? 또 같은 한나라당의 전재희 복지부 장관이 직접 방문해 추진과정을 살펴본 뒤 담당 공무원을 복지부로 초청, 직원들에게 강의를 해주도록 부탁했겠는가? 디자인이 먼 곳에 와서 고생이 많다.

출처 :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0912251805285&code=99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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