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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Spotless Mind
FTA, 얻은 게 더 많다고 좋아하는 그들만의 철없는 자신감이다. 본문
지금 세계 영화계가 멕시코를 주목하고 있다. 판의 미로를 만든 기예르모 델토로, 바벨을 만든 알레한드로 곤잘레스 이냐리투, 해리포터와 아즈카반의 죄수를 만든 알폰소 쿠아론. 평소 남다른 친분을 과시하며 '쓰리 아미고'. 이런 별칭까지 얻은 이들 멕시코 출신 세 감독은 저마다 비상한 재주로 헐리웃 영화에 새 기운을 불어 넣었다.
바야흐로 멕시코 영화의 전성기가 도래한 것처럼 보였다. 세계 영화계가 멕시코를 주목한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1994년 북미 자유무역협정이 체결된 직후에도 멕시코 영화계는 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협정 체결 전 한해 100여 편을 제작하던 멕시코가 협정 체결 이듬해 고작 4편만을 제작했기 때문이다. 극장 상영 영화 중 50% 이상 반드시 멕시코 영화와 중남미 영화를 상영하도록 규정한 스크린 쿼터가 자유무역 협정 체결과 함께 사라진 게 원인이었다.
물론 그 후 10년 동안 상황은 조금 나아졌다. 하지만, 정말 조금만 나아졌다. 지난해 멕시코에서 만든 영화 60편 중 극장에 걸린 영화는 30편에 불과했다. 힘들게 영화를 만들어 놓고도 헐리웃 영화에 밀려 아예 상영할 기회조차 얻지 못한 멕시코 영화들 이제는 헐리웃 영화감독이 된 '쓰리 아미고'들 조차 멕시코 정부에게 제발 좀 자국 영화를 보살피라고 촉구하고 나섯다. 이것이 멕시코 감독 전성기에 가려진 멕시코 영화의 우울한 현실이다.
한미 FTA협상이 타결됐다. 정부는 이미 146일에서 73일로 반 토막난 스크린쿼터제를 현행 유보. 즉, 다시 원상회복 조차하지 않겠다는 마지막 남은 권리마저 스스로 포기했다. 대통령은 그렇게 자신이 없느냐며 영화인들에게 핀잔을 주지만 세계 역사상 자신감만으로 헐리웃 영화를 이겨낸 나라는 없다. 정치는 자신감만으로 하는지 몰라도 문화는 자존심으로 지키는 것이기 때문이다. 2007년 4월 2일 선진 경제로 도약하는 발판을 마련한다며 선진 문화로 도약하는 발판을 미련없이 포기해버린 우리 정부에게 영화는 스스로 꺾어버린 자존심. 그래도 얻은 게 더 많다고 좋아하는 그들만의 철없는 자신감이다.
이 글은 4월 2일 MBC 라디오 '이주연의 영화음악'에서 방송된 글을 옴겨 적은 포스트입니다.
방송 듣는데 너무 와닿아 녹음해서 오늘 옴기네요. 참으로 아쉽습니다.
이미 타결된 것 좋은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겠지만, 반대했던 사람들의 '이유'를 무시해서는 안될 것입니다.
바야흐로 멕시코 영화의 전성기가 도래한 것처럼 보였다. 세계 영화계가 멕시코를 주목한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1994년 북미 자유무역협정이 체결된 직후에도 멕시코 영화계는 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협정 체결 전 한해 100여 편을 제작하던 멕시코가 협정 체결 이듬해 고작 4편만을 제작했기 때문이다. 극장 상영 영화 중 50% 이상 반드시 멕시코 영화와 중남미 영화를 상영하도록 규정한 스크린 쿼터가 자유무역 협정 체결과 함께 사라진 게 원인이었다.
물론 그 후 10년 동안 상황은 조금 나아졌다. 하지만, 정말 조금만 나아졌다. 지난해 멕시코에서 만든 영화 60편 중 극장에 걸린 영화는 30편에 불과했다. 힘들게 영화를 만들어 놓고도 헐리웃 영화에 밀려 아예 상영할 기회조차 얻지 못한 멕시코 영화들 이제는 헐리웃 영화감독이 된 '쓰리 아미고'들 조차 멕시코 정부에게 제발 좀 자국 영화를 보살피라고 촉구하고 나섯다. 이것이 멕시코 감독 전성기에 가려진 멕시코 영화의 우울한 현실이다.
한미 FTA협상이 타결됐다. 정부는 이미 146일에서 73일로 반 토막난 스크린쿼터제를 현행 유보. 즉, 다시 원상회복 조차하지 않겠다는 마지막 남은 권리마저 스스로 포기했다. 대통령은 그렇게 자신이 없느냐며 영화인들에게 핀잔을 주지만 세계 역사상 자신감만으로 헐리웃 영화를 이겨낸 나라는 없다. 정치는 자신감만으로 하는지 몰라도 문화는 자존심으로 지키는 것이기 때문이다. 2007년 4월 2일 선진 경제로 도약하는 발판을 마련한다며 선진 문화로 도약하는 발판을 미련없이 포기해버린 우리 정부에게 영화는 스스로 꺾어버린 자존심. 그래도 얻은 게 더 많다고 좋아하는 그들만의 철없는 자신감이다.
이 글은 4월 2일 MBC 라디오 '이주연의 영화음악'에서 방송된 글을 옴겨 적은 포스트입니다.
방송 듣는데 너무 와닿아 녹음해서 오늘 옴기네요. 참으로 아쉽습니다.
이미 타결된 것 좋은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겠지만, 반대했던 사람들의 '이유'를 무시해서는 안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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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Comm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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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이 2007.04.03 16:20 신고 좋은 글 읽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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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리스노바 2007.04.05 12:10 신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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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상미 2007.04.03 21:36 좋은 글 읽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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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리스노바 2007.04.05 12:10 신고 ^^ 화요일에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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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시스트 2007.04.04 00:20 신고 FTA체결, 국민 반절이 잘했다고 생각한다고 합니다.
하지만, 사람들은 멕시코의 사례를 간과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과연, 잘 한 일인지는 몇년후면 드러나겠죠... -
아리스노바 2007.04.05 12:10 신고 맞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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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lmstyle 2007.04.04 08:34 트랙백 안걸린다고 코멘트 주셨었지요? 그런데, 다른분이 전송해놓은 트랙백이 걸리는걸로 봐서 그 문제는 아닌것 같습니다. :) 글 잘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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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리스노바 2007.04.05 12:09 신고 그렇네요. 제가 문제인가봐요. 하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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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남아라 2007.04.04 16:16 신고 몸이 좋지 않아 벌써 몇년이나 병원신세를 지고 있는 저로써는 무척 난감하게 되었습니다.
FTA는 환자들에겐 이제 시작되는 악몽일테죠.. -
아리스노바 2007.04.05 12:09 신고 이번 기회(?)에 쾌차하시길 바랍니다.
의료문제라도 마음 편히 놓고 살아야 할텐데...
걱정입니다. -
보드라우미 2007.04.08 08:20 잘 읽었습니다. 저 이 글 좀 퍼가겠습니다. 괜찮겠지요? ^^
자신감만 갖고 세상일 풀리는 게 아닌데 말입니다. 냉철한 현실인식, 분석, 신중...... 이게 필요한데 왜 이렇게 자신감만 만빵인지 모르겠습니다. 걱정입니다.
이순신 장군이 분석, 작전 수립의 귀재였는 데 반해, 자신감으로 밀어부친 분들은 결과가 안 좋다 못해 결국엔 폭삭 망했던 걸 생각하면 말이지요.
무조건 개방한다고 좋은 게 아니라 국민들 자신이 원하는 방향이냐, 그리고 얼마나 유리하고 불리한 개방이냐, 과연 승산이 있는 것인가, 우리가 보는 손해는 얼마만큼인가를 철저히 따져야 하는데 말입니다.
무조건 개방이 다 좋으면 우리나라가 일제시대에 나라를 빼앗길 일이 없없겠지요.
모든 수단은 잘 살기 위한 목적을 위한 도구일 뿐, 수단이 목적이 되다시피 해서는 안되겠지요.